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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과 신뢰 쌓았지만 대북제재 설득은 과제…新북방정책 주목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 오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 열린 협정·서명식 및 공동언론발표를 하며 밝게 미소 짓고 있다. (청와대)2017.9.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文대통령 방러 성과는]'北원유수출 중단' 요청에 푸틴 '소극' 
푸틴과 개인적 유대·신뢰구축…新북방정책 비전 제시


(블라디보스토크=뉴스1) 김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1박2일간 러시아 방문은 지난 3일 제6차 핵실험 등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 논의에 집중한 시간이었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에서 한미일이 추진하는 원유수출 금지 등 강력한 대북 제재방안에 대한 러시아의 동의를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개인적 신뢰와 유대를 쌓은 데다 북핵문제의 또 다른 해법으로 '신(新)북방정책'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러시아 방문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 文대통령, 푸틴에 '대북 원유수출 중단' 요청…푸틴 "北, 민간피해 우려" 

이번 방문에선 북한의 6차 핵실험 강행에 대해 '보다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자 한미일이 추진 중인 '원유수출 중단' 조치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담는 데 한쪽 키를 쥐고 있는 푸틴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을지에 가장 관심이 쏠렸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밤 전화통화에 이어 6일 1시간15분 동안 진행된 단독정상회담에서도 푸틴 대통령에게 '대북 원유수출 중단'에 대한 적극적 협조를 요청했지만,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원하는 답을 받아내진 못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이번에는 적어도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을 중단하는 것이 부득이한 만큼 러시아도 적극 협조해달라"고 말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원유공급 중단이 북한의 병원 등 민간에 대한 피해를 입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는 답변만 내놨다. 

그간 역대 대통령들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순으로 순방을 나섰던 관례를 깨고 중국과 일본보다 러시아를 먼저 찾았지만 북핵문제의 해법을 놓고선 한러 정상간 접점을 찾지 못한 셈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7일 오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원유공급 중단 등 더욱 강력한 대북 제재안이 담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추진하는데 공조하기로 하는 동시에, 북한의 원유공급 중단을 위해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에 동참할 수 있도록 최대한 설득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이에 부정적인 중러를 얼마나 설득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원유수출 금지 등을 골자로 한 한미일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안 추진에도 비상등이 켜질 전망이다.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구도가 더욱 고착화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칼트마 바툴가 몽골 대통령이 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2017.9.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치열한 외교전 경험…푸틴과 유대·신뢰 구축은 성과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지만, 문 대통령이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의 정상들과 직접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는 외교전을 편 것은 눈여겨볼 대목으로 보인다. 

취임 2개월이 채 안 돼 이뤄진 지난 6월 한미정상회담 및 7월초 G20 정상회의는 사실상 문 대통령의 양자 및 다자 외교무대 데뷔전 성격이었던 것에 비해 이른바 '레드라인' 선상으로 평가되는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러시아에서의 외교전은 그 밀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 이어 북한과 전통적 우호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몽골의 칼트마 바툴가 대통령과 만나 유엔의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 결정시 협조를 요청했고, 바툴가 대통령은 "몽골로 돌아가자마자 시급히 북한의 핵실험 문제를 논의할 것이고 협의 내용을 문 대통령에게 알려드리겠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이 향후 북핵 문제의 해결과 남북관계의 개선에 있어 핵심적 역할을 할 푸틴 대통령과 개인적 유대와 신뢰를 쌓았다는 것도 성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과 저는 연배도 비슷하고, 또 성장과정도 비슷하고, 기질도 닮은 점이 많아서 많이 통한다고 느끼고 있다"고 했고,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선 "푸틴 대통령의 기상이 시베리아 호랑이를 닮았다고 한다. 제 이름 문재인의 '인'자도 호랑이를 뜻하다. 우리는 호랑이의 용기와 기상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친근감을 표했다. 

이에 화답한 듯 푸틴 대통령도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 직전에 회담 장소인 극동연방대 내 바닷가에 러시아 각 연방주 홍보관 부스와 평창동계올림픽 홍보관이 마련된 극동거리를 함께 방문하는 것을 제안해 두 사람이 한 차를 타고 이동해 30여분간 다녀오기도 했다. 

 경제영토 확장 위한 '신북방정책' 제시…'역발상' 한반도 평화구상 

문 대통령이 극동 지역과 중국 동북 3성, 중앙아시아 국가와 몽골 등 유라시아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체계적으로 활성화한다는 '신(新) 북방정책' 비전을 제시한 것도 상당히 의미있는 성과로 분석된다. 

특히 이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우리의 경제영토를 유라시아로까지 확대하는 '한러 및 한-유라시아간 경제협력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신북방정책은 극동지역 개발을 목표로 하는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과 맞닿아 있다”고 했다. 

여기엔 경제협력을 고리로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는 동시에 러시아 등 유라시아 국가와 경제협력을 강화해 우회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전략적 포석의 측면도 있어 보인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김영재 대외경제상 등 북한 대표단도 문 대통령의 신북방정책 비전 발표를 직접 청취했다. 

문 대통령은 바툴가 몽골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자신의 신북방정책의 일환으로 한·미·일·중·러·몽골 등 6개국이 참여하는 다자 협의체인 '동북아평화협력체제' 구상을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동북아평화협력체제는 극동지역을 중심으로 인접국이 역내 경제와 안보 협력을 추구하는 다자협의체 플랫폼을 만들자는 구상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북한을 전제로 한 한러관계가 아니라 오히려 직접적인 한러관계를 우선시하며 그 상황 속에서 북한 문제가 풀리도록 역발상으로 접근하는 게 신북방정책의 기본"이라며 "지금까지 남북통일은 외교나 안보, 이데올로기 쪽으로 통합을 생각했는데, 문 대통령은 역발상으로 한반도를 경제라는 큰 틀에서 연결하고 그 속에서 서로의 평화, 나중엔 통일까지 내다보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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